2009년 05월 29일
잘 가세요
다 큰 어른이 쪽팔려서 울지는 않으려 했는데
눈물이 납니다.
회사의 낮은 파티션에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감춥니다.
눈물은 숨기기라도 하지, 질질 흐르는 콧물은 저를 더 비참하게 합니다.
쿨하게, 쿨하게.
예전에 보았던 윤발이 형처럼 당신의 단위에 향하나 올려드리고
구멍난 바바리 걸쳐입고 돌아서고 싶었는데.
지지리 못난 저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오늘도 출근했습니다.
멋있게 살고 싶었는데,
찌질이들 댓글에 열이나 받는 저는 아직도 정신수양이 멀었나 봅니다.
당신이 원했던 세상. 아마 저는 힘들 거 같습니다.
당신은 반칙과 특권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저는 반칙과 특권을 가져서라도 박살내고 싶은 무리가 있습니다.
당신은 지역주의를 극복해야만 한국 정치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하셨지만
저는 늙으면 다시 돌아가고 싶던 제 고향과 그 고향의 사람들이
지긋지긋해 지기 까지 합니다.
저는 못갔지만, 가겠다는 부하직원들은 반차 써주면서 니네들이 내 대신 우리 노짱 좀 잘 배웅해주라
그런 비겁한 변명이나 하면서 쳐 울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너무너무 화가 납니다.
오늘 당신이 가시는 날 조금만 울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들로 조그만 복수를 시작해 나가겠습니다.
가슴에 언제까지나 당신을 묻어두고 가고 싶습니다.
평안히 가세요.
삶과 죽음이 다 하나라, 저도 언젠가 당신 있는 곳으로 갈테니
거기서 또 뵙고 제가 복수랍시고 했던 그 동안의 무용담도 들어주시고, 담배도 한 대 피시죠.
한 거 조또 없네, 웃으시겠지만.
또, 뵈요.

# by | 2009/05/29 11:11 | 日常亂舞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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